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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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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무 살 예경이의 꿈
중국 심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던 예경이는 15살 무렵 갑자기 숨이 참고
다리에 힘이 빠져 계단 오르는 것이 힘들어졌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아봤지만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었고, 그 사이 점점 상태는 나빠져 갔다.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걷는 것도, 잠자는 것도 편한 날이 없었다. 그러다 생계 때문에 한국으로
먼저 건너와 있던 엄마와 함께 한국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이후, 예경이가 앓고
있는 병이, 희소질환 폼페병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한국에 폼페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43명. 그 중 한 명으로 등록된 예경이는 지금도 여전히 숨쉬기가
힘들어 호흡기의 도움과 함께 효소주입치료를 받고 있다. 2주마다 한 번씩 맞아야
하는 효소주사 비용은 약 78만원. 거기다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 진료와 함께
1년에 한번 이상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매달 예경이의 치료비로
200만 원 가량이 들어가는 상황. 한국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하던 아빠는 2년 전
갑자기 쓰러지면서 뇌졸중 진단을 받았고, 몸 반쪽에 마비 증상까지 찾아왔지만
쌓여가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병원에서 퇴원을 해야만 했다. 그나마 몸이 조금
나아진 요즘, 약으로 버티며 다시 일을 시작한 아빠. 늘 생계를 책임져 오던 엄마는
올해 1월 다니던 식당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현재는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 스무 살이 된 예경이도, 한창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동생 예라도
힘든 집안 사정을 아는지 뭔가를 사 달라고 조르는 법이 없다. 완치를 위한
치료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치료를 받는다면 언젠가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믿는다는 예경이. 늘 곁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 주는 가족들이 있는 한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스무 살 예경이와 가족들을 만나본다.
2. 지윤이의 한 걸음
올해 5살인 지윤이는 누구보다도 건강하게 태어났다. 하지만 생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시작 된 발작.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를 하는 횟수가 많아졌고 돌 무렵 증상이
악화 되어 찾은 병원에서 원인불명 뇌병변 판정을 받았다. 현재 5살이 되었지만
혼자 걸을 수도 없어 기어 다니고 말을 할 수도 없는데다 심한 사시로 인해
눈 맞춤도 안됐던 지윤이는 작년에 사시교정 수술을 한 상태이다. 인지 또한 갓난
아기 수준으로 종종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며, 자폐증상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
뚜렷한 원인도, 치료법도 없어 지윤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고
재활치료를 받는 것뿐이다. 최근에는 고관절이 조금씩 틀어져 정기적으로 병원
검진을 받고 있다. 아직 제 스스로 걸어본 적도 없는 지윤이가 영영 걷지 못할까봐
엄마는 걱정이 많다. 막내인 정윤이가 아프다보니 엄마, 아빠의 모든 관심은
지윤이에게로 향해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11살
서연이와 8살 태양이는 엄마, 아빠에게 종종 서운할 때가 있지만, 투정한 번 부리지
않고 씩씩하게 커가고 있다. 다섯 식구의 가장 진욱씨는 반도체 공장에서 전기배선
작업을 하고 있다. 매일 새벽에 나가 늦은 저녁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와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아픈 지윤이와 가족들이 있기에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현재는 꾸준한 재활치료를 통해 엄마가 손을 잡아주면 조금씩 걸을 수 있는 수준
까지 온 지윤이. 가족들은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지윤이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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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딸 주연이
앞으로의 노후를 걱정할 시기인 50대. 그러나 채경(50) 씨와 용남(56) 씨 부부는
육아로 인한 걱정이 한창이다. 잠시도 눈을 떼기 힘든 손녀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7살이 된 주연이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을 시작한 건 생후 10일 무렵부터
였다. 어린 나이에 주연이를 낳고, 아이를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았던 주연이의
친부모는 돈을 벌어 아이를 데리러 오겠다며 떠났지만 그 뒤 주연이를 찾지 않았다.
느지막한 나이에 또다시 육아를 시작하게 된 부부.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손녀였던 주연이는 이제 부부에겐 딸이나 다름없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아직 어린 주연이를 돌봐야 할 날이 한창인데 속도 모르고 흐르는 세월이
걱정인 부부.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걱정은 주연이가 갖고 있는 아픔들이다. 염색체
이상으로 뇌 기능 저하 및 다양한 증상들을 동반하는 미세결실 증후군이란 병명을
갖고 있는 주연이. 7살이 된 지금까지도 할 수 있는 말은 ‘엄마’라는 말뿐이다.
또래에 비해 한참이나 느린 발달이지만 그래도 주연이는 조금씩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걷지 못해 기어 다니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걸음을 떼기
시작한 것. 오래 걷지 못해 조금 걷다가 주저앉고 하지만 이마저도 고맙고 놀라운
변화다. 그런 주연이를 보며 할머니, 할아버지에겐 올해 또 다른 바람과 목표가
생겼다.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되는 주연이를 특수 학급이 있는 일반 학교에 보내
고자 하는 것. 사실 그러기 위해선 올해 주연이에게 보다 더 많은 재활치료가 필요
하다. 하지만 넉넉지 못한 형편이 늘 발목을 잡는다. 일주일에 두 번씩 재활
병원에서 낮병동으로 치료를 받는 주연이. 대부분의 아이들은 주 5일간 치료를 받고
있는 반면, 주연이네 형편에선 5일 내내 치료를 받는 게 쉽지 않다. 매달 들어가는
치료 비용만 60만 원 이상. 공장에서 일하는 할아버지의 수입 200만 원가량에서 재활
치료 비용과 그간 주연이 치료비로 진 빚들을 갚고 나면 생활하는 것도 빠듯하기만
하다. 게다가 주연이 말고도 가족들에겐 마음에 걸리는 아픈 손가락이 또 있다.
주연이를 맡기고 떠난 뒤 또다시 동생을 낳은 친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주연이의 동생이 보육 시설로 보내지게 된 것. 마음 같아서야 당장 아이를 데려오고
싶지만, 지금 주연이를 돌보는 것도 힘든 형편에 선뜻 동생을 데려올 수도 없어
안타까움만 커져가고 있다. 친부모가 못다 준 사랑을 채워주고 싶은데 언제쯤이면
더 나은 상황들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주연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근심은 늘어만 간다.
2. 희망의 공을 던져라!
장애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보치아’. 패럴림픽 종목 중 하나인 보치아는
뇌성마비 장애인과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고안된 스포츠다. 생소한 이름이지만
1988년 서울 패럴림픽 때부터 8번의 패럴림픽에서 꾸준히 메달을 안겨주고 있는
효자종목이다. 각 선수가 여섯 개의 적색 공과 청색 공을 던지고, 흰색의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산해 승패를 가르는 경기. 단순히 공을 던지는 쉬운 운동
같지만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이 필요한 운동이다. 세 명의 선수와 감독, 코치로
이루어진 강원도 보치아 실업팀은 2019년 7월, 당시 속초팀 소속이었던 서현석,
정호원, 맹연호 선수를 영입하며 팀이 꾸려졌다. 중증장애로 다른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던 선수들은 사비를 들여 운동을 해왔지만 실업팀에 소속된 이후 안정적으로
급여를 받으며 훈련할 수 있게 됐고, 그 성과는 성과로 보여 지고 있다. 보통 손으로
공을 잡고 팔을 뻗어 공을 굴리는 종목 보치아. 하지만 실전연습이 한창이 훈련장
안,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손으로 공을 쥐고 던질 수 없어 입에 문 막대로 공을
굴리는 선수. 바로 팀의 에이스, 정호원 선수다. 태어난 지 100일 무렵,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정호원 선수.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13살에 보치아를 시작하며 선수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16년 리우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한국 최초 보치아 그랜드 슬램 달성, 세계 랭킹 1위의 자리까지
오르며 보치아 최강자로서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 정호원 선수. 이제는 보치아가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는데. 보치아를 만난 이후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는 선수들과 각자의 꿈을 향해 희망의 공을 던지는 강원도 보치아 실업팀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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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가 미안해
피부와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종양으로 갈색 반점 등이 나타나는 난치성 희귀
질환인 ‘신경섬유종’을 갖고 있는 엄마, 김수민 씨(44세). 세 살 무렵 다친 다리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후천적 장애까지 갖게 됐다. 왼쪽 다리에 비해 자라지 못한
오른쪽 다리. 양쪽 다리 길이가 5cm 차이가 나고 발 크기도 왼쪽과 오른쪽이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다리에 장애가 있다 보니 균형을 잡을 수 없어 오래 서있는
것이 힘든 엄마는 집안일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5년 전, 남편과 이혼 후 홀로 두
형제를 키우고 있는 수민씨. 큰아들 건우는 중학교 태권도 특기생으로 선발됐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닌 엄마의 자랑이다. 반면 둘째 아들 정윤이는 또래보다
발달이 느렸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치료를 미뤄온 탓인지 몇 년 전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윤이에게서 엄마의 ‘신경섬유종’이
발병했다는 것. 아직은 초기라 반점과 혹의 크기가 작지만, 신경섬유종이 눈 주변
피부에 침투해 눈꺼풀이 심하게 내려앉아 한차례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정윤이가
커가면서 커피색 반점과 혹의 크기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생활비라곤 매달
정부에서 들어오는 수급비 및 장애수당 110만 원 남짓, 한창 성장하는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기엔 너무도 부족한 금액이다.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싶지만 몸이
불편하다보니 포기한지 오래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엄마의 다리 재활치료와 신경
섬유종 제거 수술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정윤이 또한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몸에 생긴 반점과 혹에 신경이 쓰인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에도 재능을
보이는 큰 아들에겐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지 못해 늘 미안하고, 둘째 정윤이에겐
엄마의 병을 물려줘 힘들게 한 것 같아 안쓰럽다는 엄마 수민 씨. 더 이상 신경
섬유종이 재발하지 않길,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길 꿈꾸는 엄마와
정윤이의 사연을 만나본다.
2. 우리는 할 수 있다!
직원의 80% 이상이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회사가 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명함과 인쇄물, 화환, 과자 등을 만드는 이곳에는 240여명의 직원이
발달장애인이다. 2012년 문을 연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는 장애인 고용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대형 포탈기업 창립멤버였던 김정호, 이진희 공동대표가 함께 마음을
맞춰 문을 연 이후, 10명이었던 장애인 직원은 어느덧 240여명으로 늘어났다.
발달장애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다양하다. 의뢰받은 명함이 인쇄돼
재단이 끝나면 그것을 정리하고 상자에 담는 일부터, 축하나 조문을 위한 화환제작,
그리고 주문받은 상품을 직접 배송하는 일까지. 모두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하고
있다. 장애 특성상 업무에 익숙해지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어느 정도 숙달이
되고나면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을 해낸다. 능률을 위해 하루 4시간의 근무 시간을
정한 후, 오전・오후 반으로 나눠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 출근 후 간단한
조회가 끝나고 나면 특성에 맞춰 나눈 업무를 시작한다. 특히 직접 물건을 가지고
거래처로 배달을 하는 배송 업무는 가장 많은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일이다.
가방에 물품을 넣고 지하철을 타고 직접 걸어서 배송을 하는 직원들. 처음에는 길을
잃어버리는 일도 있었지만 익숙해진 요즘은 혼자서도 배송 업무를 척척 해낸다.
점점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 일 중 하나는 바로 화환 제작. 꽃을 다듬고 균형을 맞춰
장식해서 완성하는 일까지 모두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며 자신감과 함께 꽃과
관련된 전문직을 꿈꾸는 등 새로운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다. 일하는 즐거움과
자립을 향한 꿈을 키워가고 있는 발달장애인 직원들과 그들의 일터이자 놀이터인
사회적 기업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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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힘내자 우리 가족
경남 예천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생활 중인 혜정이네 다섯 식구. 혜정이네
가족들은 저마다 다른 아픔을 갖고 있다. 망막 색소 변성증으로 인해 태어날 때부터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 엄마 순자 씨는 오른쪽 눈도 간신히 빛 구분만 하는 정도로,
언제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될지 모르는 상태다. 첫째 경옥이는 중학교 2학년 무렵
뇌출혈로 쓰러진 뒤 계속되는 뇌전증으로 약을 복용 중이다. 발작을 일으켜 쓰러
지기도 여러 번, 성인이 된 지금도 사회생활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예정일보다 일찍
세상에 나온 막내 혜정이의 심장에는 태어날 때부터 두 개의 구멍이 있었다. 다행히
자라면서 심장의 구멍은 메워졌지만, 또래보다 더딘 성장을 보이던 혜정이. 결국
성장장애 판정을 받아 매일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한다. 매달 들어가는 주사
비용만 60여만 원. 정부 보조금으로 겨우 생활하는 지금 형편에서는 주사 비용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혜정이의 또 다른 걱정은 시력이다. 고도 원시와 낮은
시력으로 인해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는 혜정이. 엄마의 병인 망막 색소 변성증이
유전질환이기에 혹시나 엄마처럼 시력에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닐까 늘 걱정이다.
많은 걸 해주지도 못했는데, 아픔만 물려주는 건 아닐까 엄마는 그저 미안할
뿐이다. 그나마 아픈 곳이 없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 오던 아빠 정현 씨는 5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치면서 이젠 그마저도 힘들어졌다. 신경 손상으로 인해
다리 통증이 계속되면서 오래 걷는 것도 쉽지 않아 제대로 된 근로를 할 수 없게
된 것. 무슨 일이라도 해보고자 아픈 다리를 이끌고 사과 농사를 짓고는 있지만,
혼자 힘으로는 농사를 짓는 것도 벅차 한 해 수확을 해도 약 값을 제하면 남는 게
없는 실정이다. 심장 질환과 당뇨 등 기저질환으로 매달 들어가는 가족들의
약 값이며, 병원비. 거기다 아직 초등학생인 두 아이들을 위해선 더 열심히 벌어야
하는데 마음 같지 않은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병원비 걱정에 어쩌다 한 번 받는
물리치료도 매번 망설이게 되는 아빠. 하루하루가 막막한 형편이지만 그래도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 있기에, 아빠는 오늘도 힘을 내 본다.
2.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
노원구의 오래된 건물 지하로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오래된 구두공장. 양쪽 굽의
높낮이와 신발 모양이 제각각인 이곳의 신발은 모두 손님들의 발에 맞춰 제작되는
수제화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발과 다리가 불편해 맞춤 신발이 필요한 이들
이라는데.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이 신발은 대표 이우기 씨를 포함한 5명의 구두
장인들이 만들고 있다. 지체장애와 청각장애를 가진 직원 2명과 비장애인 직원
2명으로 이루어져 있는 직원들은 모두 구두 제작을 수십 년 동안 해온 베테랑들
이다. 손님의 발 치수를 재고 도안을 그리는 것부터 깔창을 잘라 다듬고, 가죽을
재단해 신발로 만드는 일까지. 모든 과정은 이들의 손을 거쳐 수작업으로 완성된다.
하나하나 손으로 작업하다 보니 신발 한 켤레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보름
정도. 하지만 중요한 건 만드는 구두의 양보다 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고객이
가장 편하게, 오래도록 신을 수 있는 튼튼한 신발을 만들고 있다. 이곳의 대표
이우기 씨는 두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이다. 42년 전, 전기 관련 일을 하다 감전
사고를 당한 이후 장애를 갖게 된 이우기 대표. 20대 젊은 나이에 가지게 된 아픔에
좌절도 잠시, 우연히 접하게 된 가죽공예의 매력을 느껴 자신만을 위한 신발을 하나
둘 만들다 지인들의 권유로 2007년, 구두공장을 차리게 되었다. 다리를 다치고 나니
달리 보이던 세상. 발의 소중함과 신발의 중요성을 깨닫고, 누구보다 손님의 마음을
잘 이해하며 작은 불편함까지 세심히 살피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죽공예 기술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가죽공예 공방까지 시작했다.
이곳에서 그는 두 명의 장애인 수강생들에게 가죽공예 기술과 함께 꿈을 나누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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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머니의 소원
충북 보령의 작은 시골마을, 낡고 오래된 집에는 다섯 식구가 살고 있다. 올해 여든
넷의 이명숙 할머니는 30년여 전, 연락이 두절 된 막내딸을 대신해 외손자 재현씨(40
세)와 재인씨(35세)를 키우게 됐다.
장애가 있었던 딸처럼 지적장애를 가진 손자들을 지금의 장성한 어른으로 홀로 키우
기까지 겪은 어려움들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제 겨우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둘째 손자 재인씨가 장애인 작업장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손자며느리 주영씨(32세)
를 만나 아이를 가진 갖게 되면서 갑작스레 손자며느리와 증손자 영재까지 챙겨야
할 식구가 둘이나 늘었다. 하지만 이제는 영재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는 할머니.
하나뿐인 증손자인 만큼 할머니에겐 애틋한 존재다. 그저 또래보다 늦은 줄만 알았
던 영재.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발달 검사를 받은 결과 부모와 같은 지적장애 판정을
받게 됐다. 시간이 약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생각이 영재의 장애로 이어진 건
아닌 지, 괜한 죄책감이 든다는 할머니. 올해 10살이 되었지만 아직 자신의 이름도
쓰지 못하는 영재를 볼 때마다 할머니의 마음은 또 한 번 무너진다. 다섯 식구가 살
아가기에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나마 일을 할 수 있는 영재의 부모가 장애인 작업장
에서 일하며 벌어오는 돈은 한 달 100만 원 남짓.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영재에게 깨
끗한 옷 한 벌 사주고 싶지만 당장 먹고 살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게다가 아직 연탄
으로 난방을 하는 낡은 집이다 보니 이곳저곳 수리할 곳도 많다. 할머니에겐 한 가
지 소원이 있다. 할머니가 없더라도 영재가 혼자 힘으로 대학까지 갈 수 있도록 든든
한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 하지만 생활비도 턱없이 부족한 지금 상황으로는 대학은
커녕 중학교나 제대로 마칠 수 있을 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늘 할머니에게 의지했던
가족들, 그런 가족들이 눈에 밟혀 편히 눈 감을 수도 없다는 할머니. 시골 마을 다섯
식구의 안타까운 사연을 만나본다.
2. 희망을 나누는 사람들
충남 예산의 한 마을.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떠나고 고령의 어르신들만 남은 마을
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각종 공구와 집수리에 필요한 재료들을 두 손 무겁
게 들고 온 이들은 올해로 13년째 예산지역에서 봉사를 펼치고 있는 ‘예빛봉사단’이
다. 2008년 5월, 고령의 어르신들이 불편한 집에서 홀로 이불세탁조차 못하고 지내
는 모습을 보고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는 ‘이불세탁봉사’. 이후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이어진 봉사가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불세탁부터, 이동
목욕, 반찬나누기, 집수리 등 다양한 방면에서 봉사를 펼치고 있는 봉사단.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필리
핀, 네팔, 태국, 캄보디아 등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자비를 들여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치고, 도서관건립 등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나눔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봉사활동이 위축될 때에도 도움이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찾아가
지역민들을 돕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데. 최근에는 지역 보건소와 제휴를 통해 치매,
홀몸 어르신들의 노후 주택을 수리하고, 안전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안전설비 설치
를 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꾸준히 봉사하는데 쓰고 있다는 단
원들. 수리된 집을 보고 기뻐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는 봉사단을 보며 고마운 마
음을 전해오는 어르신들을 보면 나누면서 얻는 행복을 느낀다는데. 봄날 같은 따뜻
한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예빛봉사단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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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봄이의 봄날
건강하게 태어나주길 바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새봄이와의 만남. 그러나
출산 예정일을 한 달 정도 앞뒀을 무렵, 태아에서 태반이 떨어지는 태반조기박리로
인해 새봄이는 예정일보다 한 달 먼저 세상에 나오게 됐다. 태반이 떨어지며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심각한 뇌손상을 입게 된 새봄이. 태어나자마자 40일가량을
중환자실에서 보내야 했고, 3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힘든 시간들을 마주하고 있다.
뇌의 상호작용 이상으로 반응한 호르몬이 뇌를 자극해 경련 등의 연축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웨스트 증후군’, 사지 강직성 ‘뇌성마비’, 기도가 쪼그라들며
숨 쉬는 게 힘든 ‘기관지 연화증’ 등 다양한 아픔들을 갖고 있는 새봄이. 누구의
잘못도 아닌 갑작스러운 사고와 같은 일이지만, 아픈 새봄이를 볼 때면 엄마,
아빠는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스스로 몸을 가누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힘든 새봄는 최근 6개월 사이에 두 번의 큰 수술까지 겪어야 했다. 계속되는 흡인성
폐렴으로 입원을 반복하면서 지난 10월엔 위에 관을 연결해 영양을 공급하는
위루관 수술을 진행했고, 점점 호흡이 힘들어지면서 얼마 전엔 목에 튜브를 연결
하는 기관 삽관술까지 받아야 했다. 아직 어린 아이가 힘든 수술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돼 수술만큼은 피하고 싶었지만, 새봄이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면서
가족들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지금의 새봄이에겐 꾸준한 재활치료가 필수적이다.
같은 뇌손상일지라도 소아의 경우 성인보다 훨씬 재활의 예후가 좋기 때문.
가족들도 그걸 알기에 최대한 많은 치료를 지원하고 싶지만,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가 않다. 한 달에 들어가는 재활 치료비용과 의료 소모품 비용만 130여만 원.
게다가 입원이 잦은 새봄이의 병원비도 만만치가 않다. 면역력이 약하다 보니
입원을 할 때마다 2인실을 써야 해 일주일만 입원해도 병원비만 100만 원가량. 사설
치료를 받게 해주면 지금보다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욕심이 나지만, 공장에서 근무
하는 아빠의 수입만으로는 지금의 의료비를 감당하기도 버겁기만 하다. 아직은
끝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 같은 하루들이지만, 그 끝에는 희망이 있을 거라 믿는다는
엄마, 아빠. 가족들은 오늘도 따뜻한 봄처럼 다가올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2. 희망 꽃을 피우는 농장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감의 프리지아와 팬지, 비올라, 메리골드. 색색의 꽃이
반겨주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식용 꽃 농원. 싱그러운 봄내음이 가득한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꽃을 가꾸는 농부들이 발달장애인이라는 것. 꽃 키우기의
첫 단계인 모종 심기부터 물을 주고, 식용 꽃을 수확하는 일까지, 모든 과정은
발달장애 직원들의 손을 거친다. 꽃이 다 자라면 줄기가 다치지 않게 꽃잎을 따고,
7시간의 덖는 과정을 거치면 완성되는 향긋한 꽃차. ‘꽃차 소믈리에’ 교육을 받은
직원들은 느리지만 꼼꼼하게 맡은 일을 해낸다. 얼마 전 시작한 양봉, 청계, 표고
버섯 사업에서도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업무를 분담해 교육을 받는 직원들.
진정한 청년 농부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2019년 3월
발달장애인들의 직업재활과 새로운 일자리 제공을 위해 문을 연 농원. 자동화
기계들을 도입해 좀 더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달장애인 직원들도
어렵지 않게 일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700평의 하우스와 3,000평의 노지에 식용
꽃을 비롯한 고구마와 블루베리, 딸기 등 여러 작물을 키우고 있는 직원들.
이곳에서 직원들과 함께하는 장경언 원장은 조금 느려도 조금 서툴러도 괜찮은,
기다림의 미덕이 있는 자연이 발달장애인에게 최고의 일터라고 말한다. 도움을
받는 객체에서 돌봄을 주는 주체가 되는 것이 목표인 이곳. 향기로운 꽃과 함께
소중한 꿈을 피워내는 청년 농부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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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와 육남매
2년 전, 아내가 집을 나간 뒤 홀로 육남매를 키우게 된 아빠 광복(55세) 씨. 여섯
아이들 중 첫째 순남이(16세), 넷째 미정이(10세)는 지적 장애를 갖고 있어 다른
아이들보다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거기다 막내 광일이는 올해 6살이 되었지만 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한데다 말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할 정도로 발달이 느린 상황.
마음 같아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싶지만 7식구의 생계가 광복씨에게 달려있다.
일하느라 바쁜 아빠를 도와 둘째 미영이(15세)는 끼니마다 식사를 준비하고, 막내
광일이를 돌보며 동생들 공부 봐주며 엄마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주로 동네 지인
들을 도와 밭일과 청소 등 일용직을 하는 아빠 광복씨는 매번 일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수입도 일정하지 않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여파로 아이들이 24시간 집에서
생활하고 있어 최근에는 식비와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는 상황. 아이들만 집에 두고
나가기엔 마음에 걸리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하루도 일을 쉴 수 없다. 게다가
지적장애를 가진 넷째 미정이와 막내 광일이에게는 치료가 필요하지만 지역 특성상
치료를 받을 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 그마저도 막내 광일이는 아직 장애진단을 받지
않아 치료를 시작해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그렇다 보니 매달 큰돈이 들어
가는 치료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마음 같아서는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아빠. 곧 개학하는 아이들에게 예쁜 봄옷과 신발을 사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당장 이번 달 식비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아빠 광일 씨와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밝고 씩씩하게 자라나는
육남매의 사연을 만나본다.
2. 세탁 달인을 꿈꾸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공장에서 펼쳐지는 풍경. 매일 아침 트럭 한 가득 실어 온
옷들을 내리는데. 인근 지역의 기업에서 받아온 각종 작업복들이다. 이 공장은 옷을
직접 빨고, 말리고, 다림질을 해 다시 고객에게 돌려보내는 세탁 전문 공장. 매일
같이 빨래로 분주한 이곳은 주변에서 특별한 공장으로 불린다. 바로 직원의 70%
이상이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발달장애, 청각장애, 지체 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직원들이 교육을 받고 직원으로 고용돼 경제 자립을 하고 있다. 2011년 문을
연 세탁전문 공장. 처음 시작부터 장애인 고용을 고민해오던 김현호 대표는 지금
까지 장애인 직원 비율을 직원의 7,80% 수준으로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처음
공장에 입사를 하면 3주간의 교육생을 받고 이후 3개월의 인턴 생활을 통해 정식
직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경험을 쌓는 과정을 밟게 된다. 비장애인에 비해 습득하는
속도나 이해가 느리긴 하지만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꼭 해낸다는 직원들. 세탁할
옷을 분류하고 직접 문질러 애벌빨래를 하는 것은 물론, 건조한 후 각을 잡아
다림질을 하는 것까지 세탁의 처음과 끝을 처리하는 모든 공정을 직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깨끗하게 세탁된 빨래를 보면 기분이 좋고, 반듯하게 다려진 옷을
고객에게 돌려줄 때 보람을 느낀다는 세탁공장의 직원들. 오늘도 깨끗한 옷을
세탁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세탁달인들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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