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작 복작한 한 지붕 아래 네 식구는 옛말, 대한민국은 1인 가구 520만 시대를 맞았 다. 2~4인 가구를 제치고 대한민국의 가장 보편적인 가족 형태가 된 1인 가구! 신년 을 맞아 급속도로 빠르게 늘어나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한 끼’를 통해 그들의 일상 과 1인 가구가 다수가 된 2017년 대한민국을 들여다본다.
■ 1인 가구에게 먹고 살기란?
“미래에 알약 하나로 식사를 대신하는 날이 온다면 당연히 그것을 선택할 거예요” - 혼자 살기 5년 차 돌싱남 김성현
김성현 씨는 단란한 세 가족의 가장이었으나 5년 전 이혼했다. 혼자 산 지 5년 차, 주부 못지않은 살림 실력을 갖췄지만 냉장고 속엔 유통기한 지난 음식들이 가득하 다. 그동안 모은 배달음식 쿠폰으로 벽면을 채울 지경이다. 밥상을 차리는 것조차 귀 찮아서 부엌에 서서 먹는 라면으로 저녁을 때운다. 김성현 씨는 말한다. 먹는 건 단 지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주말부부 생활 6년 차인 강대문씨. 주말이면 네 자녀와 아내, 어머님이 있는 양주에 서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내지만 직장이 있는 원주로 돌아오면 나홀로 생활 시작이 다. 회식을 하고 난 다음 날 쓰린 속을 달래주는 건 아내의 해장국이 아닌 편의점 컵 밥과 즉석밥. 회식조차 없는 날이면 퇴근 후 캔맥주로 텅 빈 원룸의 적막함을 달랜 다. 하지만 아내도 모르는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냉장고에 숨겨놓은 알로에팩. 나 름 피부 관리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노하우도 생겼다.
서른 초반, 혼자만의 삶을 동경해 독립생활을 갓 시작한 자취 초보부터 80세에 요 리에 눈을 뜬 할아버지, 소박하지만 건강한 ‘집밥’캠페인을 펼치는 자취 고수까지 혼 자 사는 사람들의 한 끼를 통해 1인 가구의 삶을 들여다본다.
■ 혼자 사는 사람들, 혼밥 시대를 열다!
망원시장 인근 지역의 1인 가구 비율은 55%. 망원시장 상인회는 고민이 많았다. 전 통시장 특성상 대가구 중심의 판매 방식으로는 늘어가는 1인 가구들의 발길을 잡을 수 없었던 것. 음식쓰레기 때문에 요리를 하지 않고, 남은 재료는 썩히기 일쑤인 1인 가구들. 상인회는 1인 가구 세 청년과 힘을 합쳐 혼자 사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제 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1인 가구가 집에 가져가서 조리만 하면 찌개, 덮밥 등 완제품 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시장에서 판매되는 재료들을 소분해, 1인 가구를 위한 꾸러 미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관악구에는 특이한 식당이 있다. 벨을 누르고, 인터폰으로 직 원에게 몇 명인지 말한다. 들어오라는 직원의 사인이 있어야 입장할 수 있다. 오픈 주방이지만 직원들조차 손 사인만 할 뿐, 식당 안은 덜그럭 거리는 그릇 소리만 들린 다. 내부는 낯선 이와 어색하게 마주 볼 필요 없는 바 테이블로 돼 있다. 맥주는 1인 당 한 잔만 판매, 대화소리가 크면 점원의 제지를 당한다. 이 식당의 특별한 규칙은 모두 혼자 오는 손님들의 편한 식사를 위한 것이다.
■ 생면부지 ‘남’에서 ‘식구’로, 따로 또 같이!
열악한 경제 여건, 바쁜 일상 속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청년 1인 가구들. 나 혼자 잘 먹는 게 아닌 ‘함께’잘 먹자는 사람들이 뭉쳤다. 금천구의 한 빌딩에서 열린 해물 파 티. 평소 구경하기 힘들었던 해물을 직접 손질하고 요리한다. 푸짐하게 완성된 해물 찜, 해물탕 한 상. 열댓 명의 청년들이 모여 혼자 사는 애환을 공유하며 식사한다. 그 리고 인터넷으로 먹는 모습을 생중계한다.
“1인 가구에게 해물찜이란? 과도한 허세!” - 우야TV 애청자 조아연
이 인터넷 방송의 주된 애청자는 1인 가구. 비록 방송에 출연하는 청년들과 함께 하 진 못하지만 먹방에 맞춰 상을 차리고 채팅으로 소통하면서 외롭지 않은 주말 점심 을 먹는다.
“저녁 식사가 공동체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 덴마크 엔에담 코하우징 이사회장 모튼 쇼안슨
1인 가구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사 는 코하우징이 있다. 한 달에 두 번씩 2인 1조가 되어 30여 명분의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 저녁 준비에 쓰이는 식재료는 텃밭에서 구성원들이 직접 재배한 농작물이다. 와인창고에 개인들의 와인을 놓고, 식사할 때 가져와 함께 나눠 먹는다. 물론 비용 은 공평하게 부담한다. 저녁시간이면 아이들부터 아흔의 노인이 어울려 서로의 안부 를 묻는다. 이들에게 이 시간은 밥을 먹는 것 이상의 의미다.
“누구나 일정 기간 동안은 혼자 사는 시기를 거치게 되죠” - 서울연구원 변미리 선임위원
1인 가구는 갑자기 등장한 신인류가 아니다. 나와 내 가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 리들의 이야기다. 엉성한 요리 실력, 냉장고 안엔 먹다 남은 배달음식이 가득한 혼 자 산지 2년 차 자취 초보 배우 박진주, 그녀의 공감 100% 내레이션과 함께 들여다 보 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한 끼. [MBC스페셜]은 신년을 맞아 2017년 혼자 살고 있 는, 그리고 혼자 살게 될 1인 가구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대응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 지 모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