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핫한 키워드로 떠오른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일컫는 워라밸은 ‘저녁 있는 삶’, ‘일과 사생활 의 양립’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밀레니얼세대가 직장을 선택하는 새로운 기 준이 되고 있다. ‘퇴근 후에 뭐하세요?-사생활의 달인들’에서는 퇴근 후에 자신의 행복을 위해 본업과 무관한 딴 짓을 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 는 이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본다.
■ 퇴근 후에 ‘뭐’하는 사람들
- 통학거리 1,000km, 10:1의 경쟁률을 뚫고 해녀학교에 간 유팀장
“가족들에게 상의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었죠... ‘너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까 이 정도는 해도 돼.’ 라는 결론을 내렸고 네 달치 제주행 항공권 300만원어치를 한 번에 결제했습니다.” - 해녀학교에 다니는 직장생활 28년차 유주형씨 인터뷰 中 -
직장생활 28년차의 대학병원 원무팀장 유주형(50)씨의 무료하던 일상이 해녀학교 합 격 소식을 알리는 한 통의 문자로 완전히 바뀌었다. 평일에는 언제나처럼 평범한 직 장생활을 하는 유팀장이지만 그가 가족들 몰래 네 달치 항공권을 미리 구입해놓고 매주 주말마다 제주행 비행기를 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저마다의 이유로 제주 해녀학교를 찾아온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본다.
- 내 삶을 이끄는 주체는 바로 나, 발레리나 손과장
“직장에서도 물론 업무를 즐겁게 하지만 제가 중심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발레를 하고부터는 삶의 중심이 제 안으로 확고하게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직장생활 8년차 발레리나 손인하씨 인터뷰 中 -
항공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 중인 손인하(31)씨는 처음 구직을 할 때부터 ‘워라밸’ 이 보장되는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취직 후 저녁 있는 삶이 주어졌 음에도 퇴근 후에는 지쳐 쓰러지기 일쑤였고 그녀의 삶은 무기력 그 자체였다. 그러 던 그녀가 발레에 빠진 것은 바로 3년 전. 칼퇴근 후에도 귀가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 기기 다반사에 주말도 없이 연습하는 요즘이지만 이제야 비로소 스스로 삶의 주인 이 된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의 퇴근 후를 따라가 본다.
- 낮에는 백의의 천사, 퇴근 후에는 격투기 파이터
“직장생활과 선수생활, 어떻게든 두 가지를 다 하려고 하고 있어요. 피곤할 때도 있고 주변에서는 욕심이라고 하지만 욕심쟁이라 불려도 좋으니 저는 다 하겠습니다. 제 마음이에요.” - 16년차 간호사, 프로격투기 선수 김효선씨 인터뷰 中 -
자신을 ‘간호사 파이터’로 불러달라는 김효선(38)씨는 그 힘들다는 대학병원 응급실 간호사 경력 16년 중 6년을 격투기와 병행했다. 단순 다이어트 목적으로 시작했던 격 투기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고, 매일 퇴근 후 체육관에 달려가던 그녀는 아마추어 리그를 거쳐 프로 입식 격투기 대회에서 당당히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격투기의 매력에 푹 빠져 황금주말을 경기 관람에 바치고, 매년 휴가 때마다 태국으 로 전지훈련을 떠난다는 그녀는 관 뚜껑이 닫힐 때까지 재밌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 불확실한 미래, ‘현재’에 집중하다.
“직장인 대부분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진 않아요. 행복하다 아니다를 느낄 겨를도 없이 생계 등의 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리죠... 제 퇴근 후를 보고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 직장생활 24년차 DJ 어해원씨 인터뷰 中 -
대한민국은 OECD가입국 중 두 번째로 일을 많이 하고, 직장인 10명 중 8명이 퇴근 후 번 아웃(Burn out)을 경험하는 명불허전의 일 중독 사회다. 하지만 오랜 취업난 과 조기퇴직 등의 불안정한 노동환경 속에서 성실한 일개미의 성공신화는 옛날이야 기가 되었고,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동안 기성세대들이 하고 싶은 일은 억누르고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며 살아왔다면 각자도생시대의 새로운 처세법 은 직장 내에서의 성공에만 매달리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 퇴근 후를 내일을 위한 휴식이 아닌 오늘의 행복을 위해 살고 있는 이들의 특별한 사생활은 존재의 의 미를 되찾아가는 시간이다.
■ 워라밸을 넘어서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87.9%가 ‘취미나 적성분야 로 직업을 찾는 것이 행복을 좌우한다.‘고 답했다. 많이 이들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기를 원하지만 팍팍한 취업난과 저임금환경 등의 현실적 문제로 ’일‘일뿐인 일 을 택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워라밸은 일과 일상의 저울이 지나치게 한 쪽으로 기운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보상 욕구의 발현일지도 모 른다. 하루 평균 9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고 만성적 야근에 시달리면서도 정작 자 아실현과 행복은 회사 밖에서 찾아야 하는 우리의 일상은 안녕할 수 있을까?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 그게 참 어려운 거잖아요. 저는 제가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 해녀학교에 다니는 취업 준비생 이주혜씨 인터뷰 中 -
“하나의 직업이나 역할에 갇히지 않고 나의 여러 조각들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 취미박스 배송업체 구윤혜 대표 인터뷰 中 -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회사로 자신이 규정되는 것이 싫어 퇴사한 후 좋 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든 청년들과, 연이은 취업실패 후 무작정 제주로 내려가 난 생처음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며 버킷리스트를 지워가는 삶을 살고 있는 20대의 이 야기를 통해 우리시대 ‘직업’ 가치관의 변화와 의미까지 되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