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X신, X비씨의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MBC 스스로 기록하는 자성의 이야기
새롭게 시작하는 MBC스페셜의 첫 카메라는 우리 사회 가장 큰 적폐 중 하나였던 MBC 스스로를 비춘다. 7명 해직, 200여 명 비제작부서 발령, 제작 일선에 남은 이들 은 무기력해져갔던 지난 시간. 공영방송 MBC의 신뢰도는 끝도 없이 떨어졌고 시청 자는 MBC를 외면했다.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로 돌아가기 위해 첫걸음을 떼는 MBC, 그 시작은 MBC 구성원들이 스스로 쓰는 겸허한 반성문이다.
1. 만나면 좋은, 내 친구 MBC는 죽었다.
신뢰도 1%, 영향력 1%. 국민에게 MBC는 더 이상 언론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을 뒤 흔든 지난 촛불 혁명,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X비씨, 엠X신을 연호하며 격렬한 비난 을 쏟아냈다. 사회 각계 전문가들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취재원들이 MBC와의 인터뷰를 거절했고 MBC 뉴스의 시청률은 끝없이 추락했다. 실제로 MBC 스페셜이 서울 각지에서 만난 시민들 대부분은 MBC를 공정하지 않은 언론사로 평 가하며 MBC 뉴스는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권, 대기업, 학계 등 성역 없는 취재 로 국민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던 내 친구 MBC는 죽었다. 시민들의 머릿속 에 남은 MBC는 무한도전이 유일했다.
무한도전이 제대로 방송되면 MBC 정상화를 위해 힘들게 싸우는 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이 될 수도 있는데... 무한도전을 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다 같이 나가서 싸워야 하는 건지... - 무한도전 김태호 PD-
2. MBC 뉴스는 사회적 흉기였다.
진도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바로 여러분이었습니다. - 416 가족협의회 위원장 유경근-
세월호, 고 백남기 농민, 밀양 송전탑, 성주 사드 배치 등 MBC 뉴스는 우리 사회 중 요한 현안이 떠오를 때마다 왜곡, 편파 보도를 일삼으며 연이은 보도 참사를 일으켰 다. 보도 책임자들은 세월호, 위안부, 백남기 등을 금기어로 규정하고 특정 영상을 배제하는 등 구체적인 보도지침으로 기사를 검열했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들 어가야 했던 자리에는 정부의 입장만을 그대로 받아쓰는 어용 기사가 줄지었고 그 런 가운데 세월호 승객 전원구조 오보, 참사 당일 사망 보험금 브리핑 등 사회적 흉 기 수준의 뉴스가 쏟아졌다.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뉴스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MBC 기자들. 다시 국민의 편에 선 뉴스로 돌아가기에 앞서 지난 기사들의 검열 과 정을 낱낱이 밝히고 그 속에서 MBC 뉴스를 지켜내지 못했던 심경을 직접 고백한 다.
3. PD수첩 폐지되지 않았나요?
국정농단 사태 때 제보가 정말 많이 왔어요. 그 때 ‘JTBC와 그것이 알고싶다에 제보하고 싶다’라고 했던 분들이 피디수첩 얘기는 아무도 안 했죠. 굉장히 슬픈 단면이었어요.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이큰별 PD-
보도 통제는 비단 뉴스만의 일이 아니었다. MBC 가장 날카로운 펜이었던 피디수첩 역시 일상적으로 아이템을 검열 당했다. 황우석 논문의 조작을 밝히고 광우병 소고 기 수입의 문제점을 진단하며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피디수첩은 서서히 망가져 갔 다. 민주주의, 국가, 청와대, 세월호, 4대강 등 정권에 예민한 단어들은 철저히 통제 됐다. 세월호 3주기 편을 연출했던 피디수첩 장호기 피디는 내레이션 원고 중 국가, 청와대, VIP란 특정 단어들 때문에 더빙 내내 전화에 시달렸다며 둘 중에 한 단어만 이라도 쓰게 해달라고 협상했던 스스로의 나약함을 고백했다. 펜이 무뎌지면서 시청 자들은 피디수첩을 잊어 갔다. 심지어 대부분의 시민들은 피디수첩이 아직 방송을 하고 있는 지조차 몰랐다고 답했다. 참사 후 3년 만에 세월호를, 기획한 지 1년이 지 나서야 4대강을 취재할 수 있었던 피디수첩 제작진. 뒤 늦은 보도로 국민 앞에 사죄 해야 했던 순간들을 복기하며 뼈아픈 참회의 시간을 가진다.
4.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 MBC
저희가 부당전보, 부당전보 하는 데 직장생활하면 자기가 원하지 않는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기도 해요. (너희는) 월급 다 받으면서 있어놓고 힘들다 그러냐 시청자 분들이 충분히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손정은 아나운서-
2012년 파업이 끝나고 방송에서 배제된 후 사회공헌실에서 근무한 손정은 아나운서 는 MBC의 몰락이 비단 방송사를 장악한 거대 권력과 부역자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 니라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MBC를 다시 돌려놓기 위해 우리 안에 오만은 없었는지 돌아보고 개개인이 구체적으로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되짚었다. 손정은 아나운서 의 말처럼 MBC스페셜이 만난 60여 명의 MBC PD, 기자, 아나운서들은 공영방송 정 상화의 시작이 우리 모두가 공범자임을, 덜 싸우고 더 싸웠음을 떠나 끝까지 싸우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MBC를 말한다. 설문조사에 기꺼이 응해 준 시민 조진희 씨는 언론의 역사를 돌아볼 때 관리해주는 사람이 잘해 줬기 때문에 좋은 뉴스가 나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시 출발하는 MBC 구성 원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을 새겨 달라 부탁했다. 기레기와 피레기를 넘 어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로 첫발을 내딛는 MBC. 그 겸허한 반성의 기록을 내 친구 MBC의 고백에서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