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숫자, 87만 명. 올 4월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8304명의 대규모 인원감 축을 단행했다. 명예퇴직자들의 평균 연령은 51세였다.
한 취업 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퇴직자 중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비율은 22%. 또한 대한민국 근로자의 체감 퇴직 연령은 평균 ‘52세’라고 한다.
1990년 5월 1일에 시작한 PD수첩이 1000회를 맞이했다. PD수첩이 출발할 당시 입사했던 청년들은 지금 50대 초반의 나이가 되었다.
PD수첩과 함께 출발한 그 때 그 청년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2009년 KT 퇴직자들의 ‘퇴직 이후의 삶’을 통해 우리나라 50대가 대면하게 되는 대한 민국의 자화상을 취재했다.
▶ 2009년 KT 퇴직자 중 31% “퇴직금 전혀 남아 있지 않고 오히려 빚이 생겼다”
KT의 대규모 감원 결정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각 각 5505명과 5992명의 인원을 감축한 바 있다.
2009년 명예퇴직자 중 한 명인 이기환 씨. 명예퇴직이란 미명아래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이한 그는 여전히 고된 노동을 하고 생계유지 수준의 돈을 번다고 한다. 퇴직금으 로 여유롭게 2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란 단꿈은 깨진지 오래. 이 씨는 고물상을 운영 했다 빚까지 지게 됐고, 현재는 친구의 상가 한 켠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며 밤낮 가리 지 않고 떡을 만들어 판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것이 소원이라는 어린 아들의 말, 중산층이라 불리던 이 씨의 퇴직은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 다.
“중산층은 그런 거죠. 아이들 데리고 자주는 아니고 6개월에 한번은 여행도 다닐 수 있고,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을 수 있는 그 정도는 돼야 중산 층, 그것도 서민인데 어떻게 보면 ‘그 정도만 되어도 참 좋겠다’ 생각해요 그런 게 안 되고 있으니까.” - KT 명예퇴직자 이기환 씨
PD수첩은 5년이 흐른 지금, 2009년 KT 퇴직자들의 현재를 추적해봤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퇴직자의 75%가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고 그 중 정규직에 종사하는 비율은 단 12%에 불과했고, 33%는 ‘일용직 또는 비정규 계 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자영업에 뛰어든 비율은 40%에 달했다.
또한, 퇴직자 중 퇴직금이 50% 미만으로 남아있다는 비율은 60%, 전혀 남아있지 않고 오히려 빚이 생겼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31%나 됐다. 응답자의 50% 가량이 외식 및 가족 여행 등 가족끼리의 여가 생활이 줄었다고 응답 했고, 지금 현재 중산층이 아니라고 응답한 비율은 약 80%에 달했다.
KT의 명예퇴직자들의 삶은 왜 이렇게 바뀐 것일까. 5년이 흐른 지금, 더 이상 중산층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들의 삶을 밀착 취재했다.
▶ “고용시장 붕괴가 자영업의 공동몰락을 부추긴다?”
한 해 폐업인구 90만 명, 하루에 문을 닫는 곳 2500여 곳. 창업 시 1년 이내 폐업률 18.5%, 3년 이내 폐업률은 46.9%. 장기화되는 불황에 폐업은 속출하지만, 그래도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50대 퇴직자들.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의 수는 2012년 713만 명에서 2013년 705만 명으로 감소하는데 비해 50대 자영업자 수는 2012년 211만 명에서 2013년 217 만 명으로 증가하는 추세.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50대 베이비부머의 자영업을 향 한 러쉬는 멈추지 않았다. 결과는 비참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2013년 부도를 낸 자영업자 296명 중 141명이 50대, 47.6%로 거의 절반에 달한다. 그런데도 퇴직한 50 대가 창업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업하려는 손님 비중이) 50대가 많죠. 장사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죠. 왜냐 하면 이제 정년퇴직도 많이 하고 애들 아직 가르치는 시기니까, 50대가 많아. 많아 요. 퇴직해서 오신 분들이 와서 거의 자영업을 하죠. 내가 보면 할 게 없어요. 왜냐하 면 어디 가서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거지.” -폐업중고물품 처리업체 ‘ㅇ’ 사장
이미 과포화된 자영업 시장에 KT 명예퇴직자들도 끼어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살아 남기는 쉽지 않았다. KT에서 나온 이후 중국집을 연 김철호 씨(가명)도 마찬가지. 그 는 늘어나는 적자에 가게를 내놓은 상태다. 우리나라 자영업 시장은 왜 과포화 상태에 이른 것일까. PD수첩은 서울 강남 다 음 가는 상권이라는 창원 최고의 번화가 상남 상업지구를 통해 자영업자가 직면한 현실을 알아봤다. 창원 상남지구의 자영업 실태를 조사한 경남도의회 여영국 의원 은 상남동의 자영업 현황을 “개미지옥”, “동반자살”이라고까지 말하는데... 실제로 월평균 실질소득 200만 원 이하라고 답한 상인이 52%! 실질소득 100만 원 미만이 23%, 100만 원에서 200만 원 29%였다. 현재 상남동에서 적자로 인해 폐업을 고려하 고 있거나 이미 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인은 43%에 달했다. 화려한 간판 불빛 뒤 에 숨겨진 정글 같은 상남동 자영업 생태, 경쟁이 치열해진 원인과 그곳에서 살아남 기 위해 몸부림치는 상인들의 모습을 PD수첩이 취재했다.
▶ 개인 자영업자 VS. 대기업
지난 6월 23일, 국회 앞에서 700여 명의 사람들이 거센 비를 맞으며 집회를 열었다. 대형아웃렛 매장 때문에 피해를 입은 상인들이 대기업의 아웃렛 진출을 규탄하는 처 절한 자리였다. 대형 아웃렛이 생기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진 다는데, 왜 상인들은 대형 아웃렛의 입점을 막으려고 하는 것일까? PD수첩은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최근 몇 년간 대형아웃렛이 들어간 도시 인근 상권을 밀착 취재, 대형유통업체의 아웃렛이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떤 방식으로 영세 상인들을 위협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파주 의 명동이라 불릴 만큼 번화했던 금촌동 ‘문화의 거리’는 2011년 한 대형 아웃렛이 들 어온 이후 피해가 막심하다는데... 자체 설문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금촌동 상 인들의 70%가 매출액이 10%에서 많게는 50%까지 감소했다고 답변! 최근 1년간 월 순수익이 100만 원 미만 수준인 상인은 16%, 200만 원 미만이라고 답한 상인은 54%! 심각하기는 고양시 덕이동과 이천시 창전동의 사정도 마찬가지, 텅 빈 가게들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퍼져가고 있다는 것.
대형 재벌사들이 글로벌 쪽에 나가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을 해야 하는 게 마 땅한데 본인들이 쉽게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대형 자본을 이용해서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 시장에 침투를 해서 독 과점을 만들어서 어떤 자본을 본인들이 확장시키는 거죠.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공동대표
이러한 경제 생태계 속에서 대한민국 50대 중산층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까? 올해 KT를 퇴직한 사람들의 5년 후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임금노동자와 자영업 자로 삶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중산층, 그들을 위한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 지 PD수첩이 1000회 특집에서 모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