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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 회] 2022-04-03

태양의 인간

▶ 친숙하면서도 압도적인 상상력의 세계적 걸작들

프랑스 남부 도시 발카레스의 해안에는 거대한 통나무를 깎아 세운 거대한 조형물이 관광객의 눈길을 붙잡는다. ‘태양의 인간’이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50년 넘게 이 지역의 문화관광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고 있다. 1988년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올림픽을 기념하게 위해 만들어진 잠실 올림픽공원. 이곳에는 은빛 강렬한 빛을 내뿜는 반구 모양의 55개 스테인레스가 쌍둥이 자매처럼 서 있다. 무게 56톤, 8층 높이의 웅장한 이 조형물은 최초 구상에서 무려 20년의 시간이 걸렸고, 30여 명의 장정들이 넉 달 동안 혼신의 작업 끝에 만들어냈다. 거대한 묵주알 같기도 하고, 밤이면 두 마리 용이 승천하는 듯하기도 하다. 작품 이름은 ‘올림픽88’. 나라 반대편에서 각기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을 받는 작품의 주인공은 조각가 문신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요청으로 귀국한 문신

1923년 마산에서 태어난 문신은 1961년 단돈 50달러를 지니고 파리에 도착했다. 파리 북쪽의 라버넬에 정착한 그는 3년간 무거운 대리석을 쌓고 투박한 목재와 씨름하며 자신만의 입체예술을 탄생시켜 나갔다. 1970년 문신이 길이 13미터, 무게 4톤의 아비동 통나무를 뜨거운 사장에서 전기톱과 망치로 사투하며 탄생시킨 작품이 ‘태양의 인간’이다. 이 작품을 조수도 없이 두 달 만에 혼자서 완성해 그는 ‘목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때부터 문신은 이전의 구상 작품에서 추상의 세계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현재 프랑스 재정경재부에 있는 초기작 ‘우주를 향하여’는 자연과 생명체의 생성 원리를 표현한 독특한 이미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1980년 10월, 잘 나가던 예술가 문신은 프랑스 정부의 귀화 요청을 뿌리치고 그리던 고국에 돌아온다. 박정희 대통령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서였다.

▶세계 조각가 ‘3대 거장전’에 초대된 예술가

문신이 자리 잡은 곳은 고향인 마산이었다. 그는 오로지 작업에 몰두했다. 밤낮없이 창작에 몰두하는 그를 사람들은 ‘25시’라 불렀다. 특수강 조각을 용접해 붙여 만든 ‘우주를 향하여’ 시리즈는 문신 예술의 불꽃 같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마치 우주시대를 예언하고 있는 것처럼 주변 풍경을 시간과 태양의 기울기에 따라 다채롭게 비추어내며 모습을 바꾸어간다. 문신은 ‘시메트리’ 즉 좌우대칭, 좌우균제를 추구하면서도 각각의 방향에서 다른 모습을 연출해낸다. 자연 만물의 균형과 안정감을 녹여낸 것이다. ‘올림픽88’은 장대한 스케일과 독보적 구성과 발상으로 단숨에 외국 언론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1992년 프랑스 정부는 국제 평론가의 의견을 모아 가장 뛰어난 조각가 3명을 뽑아 ‘3대 거장전’을 열었다. 영국의 헨리 무어, 미국의 알렉산더 칼더와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문신이 초대됐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동양 작가의 마력에 감탄하며, 문신 미술이 프랑스를 빛내고 이는 파리의 영광이라고 극찬했다. 1980년대에는 이념과 국경을 넘어 동유럽에까지 한국 예술의 독창성을 알리기도 했다. 2006년 독일의 바덴바덴에서는 월드컵 축제와 함께 문신 작품들이 전시되어 수십 만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당시 함께 초청 받은 파블로 피카소, 샤갈을 능가하는 인기와 함께 예술성을 인정받기도 하였다.

▶오로지 작품으로만 승부한 문신의 예술세계 재조명

문신은 1994년 노예처럼 땀흘려 일하며, 언덕을 깎아 연못을 만들고 쌀가마니보다 큰 돌을 파내고 이 돌들로 옹벽을 만들어 미술관을 만들었다. 14년 만에 완공된 이 미술관은 그의 사후 유언에 따라 2003년 마산시에 기증되었다. 현재 그의 작품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 친숙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대법원 원형광장에 서 있는 문신 최후의 작품 ‘화(和)’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법정신과 분쟁을 조정하고 풀어주는 조화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문신은 살아생전 후배들에게 ‘유행 따라 남의 흉내를 내지 말 것’을 강조하며, ‘예술가는 오직 작품으로만 평가받으며 예술의 세계에는 스승도 제자도 없고 독창적인 작품이 전부’라고 했다.

올해는 문신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에도 프랑스, 독일 등 문신의 흔적이 생생히 남아 있는 도시를 직접 취재하여 그의 삶과 평가를 되짚었다. 그의 반려자이자 예술적 동지였던 최성숙 화가가 함께 동행하여 깊이 있고 감동적인 예술 세계와 정신을 되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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