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마침내 광장에 봄이 왔다. 헌법재판소가 8:0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12.3 비상계엄 122일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이 절차와 내용 모두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통해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결정문의 결론 첫 줄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 1항을 적었다. ■ 뚜렷해진 내란 혐의 헌재는 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밤을 살펴보며 윤 전 대통령이 국회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방해하고,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를 무시한 중대한 법 위반을 저질렀다고 결론내렸다. 내란 혐의와 직결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뚜렷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제 곧 형사 재판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불소추특권이 사라진 상태여서 다른 혐의를 통한 재구속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법으로 망가뜨린 법치 비상계엄 직후 모든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던 윤 전 대통령. 막상 수사가 시작되자 돌변했다. 수사권과 법원의 관할을 트집 잡더니 구속 시간을 파고는 '법기술'을 동원해 풀려났다. 이런 모습은 윤 전 대통령이 말한 법치와도 일맥상통한다. 시행령 통치와 거부권으로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시켰다. ■ 분열된 대한민국... 남은 건 거대한 청구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한 친위 쿠데타는 정치적 찬반의 문제로 변질돼 사회를 갈라놨다. 광장에서는 상대 진영을 향한 폭언과 폭력이 일상이 됐고, 권력과 손잡은 극단 세력은 음모론과 혐오를 확산시켰다. 경제는 성장판이 닫히고 국가 재정은 망가졌다.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마저 걱정해야 했다. 결국 거대한 청구서가 국민 앞에 남았다.
‘위헌적’ 대행들, 지쳐가는 대한민국 ■ 한덕수 · 최상목, 대행들의 위헌과 모순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을 기각했다. 하지만 면죄부는 아니었다. 헌재는 한 총리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법과 법률 위반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복귀한 한 총리는 여전히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을 향해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존중하라고 요구하면서 말이다. 이런 태도는 최상목 부총리도 마찬가지였다. ■ 늦어지는 탄핵 선고, 깊어지는 상처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늦어지면서 권한대행 체제는 100일을 넘겼다. 추운 겨울, 계엄으로 시작된 한국의 위기는 계절이 바뀐 지금도 진행 중이다. 헌재와 사법부를 향한 정치적 비난과, 계엄 옹호 세력이 불러온 사회적 갈등은 치솟고 있다. 경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국민연금, 가깝고도 먼 개혁
■ 77년 전 그날 제주 4.3 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77년. 일곱 살 소녀는 여든넷 할머니가 됐다. 하지만 눈앞에서 동네 사람들이 학살당한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경찰과 극우단체 서북청년단의 주민 테러에 반발하며 제주 남로당이 무장봉기를 일으키자, 이승만 정부는 계엄을 선포하고 제주 중산간 지역을 초토화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빨갱이 사냥’을 구실로 무고한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죽어 나갔다. 당시 제주 인구의 1/10인 3만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살아남은 자들은 여전히 잠을 설치고,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아 헤맨다. ■ 혐오와 결합한 국가 폭력을 소환하는 자들 혐오와 결합한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는 2003년에야 이뤄졌다. 2021년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됐고 검찰은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재심에 넘겨 무죄를 구형하고 있다. 하지만 간신히 아물어 가던 상처를 다시 후벼파는 이들이 생겨났다. 극우세력들은 여전히 4.3을 이념전쟁의 소재로 소비한다. 학살을 자행한 서북청년단의 후예를 자처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12.3 비상계엄 직전 방첩사가 작성한 문건에는 4.3 사건이 ‘폭동’으로 명시돼 있었다. 계엄은 우리 사회의 혐오를 다시 전면에 등장시키고 있다. ■ 혐오, 다시 권력을 등에 업다. 그렇게 나타난 정서가 ‘반중’, ‘혐중’ 정서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며칠 뒤 갑자기 ‘중국’을 언급했다. 선관위에 중국 간첩이 있었다는 ‘가짜뉴스’가 퍼져나갔고 윤 대통령 측은 이 내용을 헌법재판소에 들고나오기도 했다. 급기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발음을 트집 잡아 헌법재판관도, 판사도 중국인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근거 없는 거짓이라는 ‘팩트’는 이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에 여권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권력을 등에 업은 혐오는 이제 여성 등 다른 사회적 약자를 공격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제동 장치를 잃은 혐오에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 석방 1주일…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늦어지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의 91일을 넘어, 최장 심리를 기록하게 됐다. 그 사이 헌법재판소 흔들기는 점점 노골화되고 한국 사회는 분열하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한 친위 쿠데타를 진영에 따른 찬반 문제로 변질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시도는 시민들의 일상마저 무너트리고 있다. ■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계산법 '날'이 아닌 '시간'을 기준으로 한 구속 기간 계산법. 법원은 기존 관행을 깬 새로운 셈법을 적용해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한 전례가 있음에도 윤 대통령을 석방했다. 법원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즉시항고’는 포기했다. 윤 대통령이 풀려나 이미 위헌 사유가 해소됐다는 대법관의 의견에도 검찰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런 판단을 가장 환영한 쪽은 바로 윤 대통령 측이었다. ■ '가정사'와 명태균 게이트 계엄 직전 대통령이 '가정사'를 언급했다는 진술은 계엄의 실제 목적이 다른 곳에 있었던 게 아닌지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연결 고리는 ‘명태균 게이트’ 속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명 씨의 전화기에선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가 쏟아져 나왔고,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 좌절된 의혹 규명, 헌재에 달렸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채 해병 사망 사건의 이른바 'VIP 격노설', 무혐의 처분이 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등. 그동안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진상 규명은 대통령의 권한인 거부권이나 불소추특권에 가로막혀왔다. 결국 이런 의혹들에 대한 진상 규명의 운명도 헌재의 판단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의 3년 파괴된 정치 추락한 민주주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만 남았다 ■ 선고만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이 마무리됐다. 12·3 비상계엄 84일 만이자, 심리에 착수한 지 73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은 국민을 깨우치기 위한 '계몽령'이었고 대통령의 '통치행위'였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국회 측은 계엄 선포와 포고령 1호의 위헌성, 군 병력을 동원한 국회와 선관위 침입,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지난 11차례 변론 과정에 나온 핵심 쟁점들을 되짚어 봤다. ■ 대통령의 법기술 헌법재판소 재판정에선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국가비상입법기구 설치 의도가 담긴 문건, 방첩사 체포조의 단체 대화방 같은 물증도 공개됐다. 그러자 윤 대통령 측은 증언과 증거의 신뢰성을 무차별 공격했다.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법기술'은 통했을까? 신기루가 되어가는 ‘대한민국 의료’ ■ 드라마 속 ‘중증외상센터’와 현실의 ‘권역외상센터’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트럼프 관세, ‘쓰나미’가 몰려온다 ■ "피할 곳이 없다"... 밀려오는 관세 쓰나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으로 묶여있던 이 두 나라에 대미 수출 '전진기지'를 구축한 우리 기업 600여 곳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미국 수출 핵심 품목인 철강과 자동차, 반도체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피해는 우리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수출은 62조 원, GDP는 0.6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 관세 전쟁 사령탑이 없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수출 보조금이나 환경 규제같은 비관세 장벽은 물론 관세와 무관한 부가세까지 문제 삼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무차별 관세 폭탄이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를 불러올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전쟁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은 앞다퉈 백악관을 찾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내란 사태로 협상을 이끌 사령탑이 사라진 상황이다. 삼성의 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전광훈, 극우‧정치‧종교의 삼위일체 ■ "만세, 두 손 들고 만세!" 전광훈 목사의 돈줄은? 12.3 비상계엄으로 온 국민이 공포에 휩싸인 그날 밤. '만세'를 외친 사람이 있었다. 사법부 습격을 선동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교회는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대규모 예배와 집회를 통해 거액의 헌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집회 현장에선 알뜰폰 가입, 신용카드 발급, 신문 구독 등 다양한 판촉 영업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업체의 실소유주는 전 목사의 자녀와 측근. 전 목사는 "집회 한 번에 10억 원을 쓴다"고 했다.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나온 걸까? ■ 목사와 정치인의 기형적 공생 20여 년 전 부흥 설교사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전 씨는 종교와 정치를 엮는 언변으로 지지자를 끌어모았다. 신성모독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개신교 주류 교단은 사실상 침묵했다. 몸집을 불린 전 목사는 내란 사태 정국에서 극우 세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여권 정치인은 계속해서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목사와 궁지에 몰린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위험한 공생 관계이다. ‘헌재를 공격하라!’.. 그들이 노리는 것 ■ "헌법재판소를 공격하라” 헌법재판소를 향한 무차별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은 공공연하게 서부지법에 이은 다음 타깃으로 헌법재판소를 겨냥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가세했다. 지도부까지 나서 재판관들의 성향과 친분 관계를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탄핵에 대한 심리적 불복을 준비하고 다가올지 모를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헌재 흔들기가 남길 상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