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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오랜 시간 화장은 허영과 사치의 상징이었다. 정숙과 검소를 강조하는 기독교 윤리
와 금욕주의 영향으로 짙은 화장을 한 여자는 천박하게 여겨졌다. 과연 화장은 타락
천사가 가져온 악마의 유혹일까, 아니면 인류를 풍요롭게 한 신의 선물 일까? 밤의
화장법을 탄생시킨 교토 게이샤부터 여성인권 최악의 나라 아프가니스탄의 여인들
까지. 2부는 금기와 화장의 은밀한 역사를 통해 여자에게 화장은 어떤 의미인지 되짚
어본다.
1. 밤의 화장법, 교토 마이코
남자들은 아내에게는 정숙한 모습을 요구했지만 유곽, 살롱과 같은 유흥문화에서는
화려한 여자들을 선호했다. 화장에 대한 이중적인 시선은 일본의 게이샤 문화를 탄
생시켰다. 우리는 게이샤 문화의 발상지인 교토의 정통 게이샤와 게이샤 견습생 마
이코를 만났다. 이곳은 5년간의 견습 과정을 거쳐야만 게이샤로 데뷔할 수 있다. 마
이코는 허드렛일을 하며 춤, 화장, 화류계 매너 등을 교육받는다. 영화 <게이샤의 추
억> 2015년 리얼 버전. 화려한 게이샤 이면에 존재하는 마이코의 혹독한 훈련과정
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 게이코가 되기 위해 교토에 온 열일
곱살 이치 나나. 나나의 하루는 또래친구들과 다르다. 부모님 곁을 떠나 공동숙소 생
활을 하며 매일 아침 화장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얀 가면을 쓰는 시간, 나나는 무
슨 생각을 할까?
2. 아프가니스탄 여인들의 부르카 속 화장
강제조혼, 집단몰매 등 여성의 인권이 무시되는 나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 당
시, 부르카 밖으로 나온 여인의 손을 자른 끔찍한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다. 화장을
포함한 여자의 모든 치장을 금지했던 탈레반 정권은 무너졌지만, 여전히 여성들에
게 화장은 암묵적 금기. 테러위험으로 촬영 중단만 수차례. 6개월간의 끈질긴 섭외
끝에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사연을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는 부르카를 쓴 한 여인을 따라 수도 카불의 작은 미용실로 갔다. 세계 최악의
여성인권국가 아프가니스탄, 여인들은 부르카를 벗고 화장을 받고 있었다. 부르카
속의 화장 열망. 단지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3. 세계적인 유튜브 스타 미쉘판의 커밍아웃
포브스 선정 2015년 30세 이하의 영향력 있는 인물, 화장으로 한 해 3백만 달러를 벌
어들이는 유튜브 스타 미쉘판. 전세계 소녀들의 롤모델인 그녀를 오프라인에서 만나
기란 쉽지 않았다. 올 연말까지 각종 메이크업 행사와 화보, 방송촬영으로 스케줄이
꽉 찬 상태. 미셀판의 스튜디오가 있는 LA에서 어렵게 만남이 성사됐다.
2007년 유튜브에 최초로 민낯부터 화장하는 전 과정을 공개한 미쉘판. 화장의 완벽
한 커밍아웃이었다. 남몰래 찍어 바르고 고치고 지우는 여자들의 화장이 적나라하
게 드러났다. 화장품 매장 직원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져 홧김에 만든 메이크업
영상이 인생을 역전시켰다. 그녀를 단 숨에 유명인사로 만든 건 안젤리나 졸리 메이
크업. 화장만으로 완벽하게 안젤리나 졸리로 변신한 동영상이 SNS를 뜨겁게 달궜
다. 유투브 총 조회수 11억 8948만, 팔로워 수 814만의 세계적인 유투브 스타 미쉘판
의 메이크업 튜토리얼 제작 과정을 전격 공개한다.
4. 2015 메이크업 트렌드 ‘민낯 메이크업’
올 한해 전 세계적으로 민낯 메이크업이 유행했다. 강렬한 색을 욕망했던 인류 최초
의 화장과는 정반대다. 여성의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피부톤을 자연스럽게 살
리는 민낯 메이크업이 유행 한 것. 우리는 최초로 누드메이크업을 선보인 글로벌 코
스메틱 브랜드의 전설 바비 브라운 여사, 메이크업 트렌드를 좌지우지하는 디올 크
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필립스를 만났다. 그들의 메이크업 철학을 통해 현대여성들
에게 화장은 어떤 의미인지 깊숙이 들여다봤다. 흥미로운 사실은 민낯메이크업 트렌
드와 함께 한국여자의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이 주목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여자
의 투명한 피부가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뷰티업계에서 K뷰티는 핫한 아이
템. <보그> <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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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은 태초부터 ‘힘’과 함께 했다. 원시부족은 용맹함을 과시하기 위해 화장을 했 고 문명이 발달하면서 화장은 지배계층만이 향유하는 고급문화가 되었다. 70억 인 구의 일상이 된 오늘날 화장. 나라, 민족, 인종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의 화장이 존재 하지만 화장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1부는 원시부족의 원초적 화장부터 민심을 얻 기 위한 정치인의 화장까지, 욕망과 권력의 이동에 따라 발전해온 화장의 역사를 따 라가 본다. 1. 인류 최초의 화장, 파푸아 뉴기니 훌리족 인류 최초의 화장은 여자가 아닌 남자로부터 시작됐다. 원시부족 남자들에게 화장 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숙명이다. 우리가 화장의 원형을 찾아 간 곳은 파푸아 뉴기니 의 타리. 비행기만 3번을 갈아탄 3일간의 긴 여정 끝에 파푸아 뉴기니의 훌리족을 만 났다. 1935년 호주에 정착한 유럽인들에게 처음 발견된 훌리족. 이들은 남녀가 함께 살지 않는다. 남자는 결혼을 해도 ‘하우스만’이라는 남자들만의 공간에서 지낸다. 수 컷 냄새가 진동하는 하우스만에서 보낸 일주일. 우리는 매일 아침 화장을 하는 남자 들을 보았다. 이들은 사냥, 성인식, 결혼식 같은 중요한 순간에 용맹함을 과시하기 위해 화장을 한다. 촬영 삼일 차, 하우스만의 막내 하비알루의 성인식이 열렸다. 하 비알루는 얼굴 전체를 노랗게 칠하고 정교한 무늬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어젯밤 미 리 구워둔 진흙을 온 몸에 바르고 가장 화려한 깃털로 장식한다. 훌리족의 성인식 화장은 강인한 남자로 거듭나는 거룩한 의식 중 하나.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하 비알루가 드디어 용맹한 훌리족의 용사가 된다. 2. 순결한 여자만이 할 수 있는 불가리아 신부화장 동화처럼 예쁜 숲 속 마을 불가리아의 리브노보에 소수민족 포막(무슬림 불가리아 인)이 산다. 우리는 이 마을에서 가장 예쁘다고 소문난 피크리아 마샤바 씨의 결혼식 에 초대받았다. 리브노보의 전통 결혼식은 신부가 어릴 때부터 준비해온 혼수를 집 앞 골목에 전시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50m 길이의 골목을 가득 채운 혼수품 전시도 장관이지만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신부화장. 귀신처럼 얼굴을 하얗게 칠하 고 알록달록 비즈 장식을 하는 독특한 신부화장 ‘겔리나’는 오직 순결한 여자만이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 화장이 처녀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연약한 신부를 악마로 부터 지켜주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화장을 하는 성스러운 공간에 남자는 들 어갈 수 없다. 하지만 멀리 한국에서 온 제작진에게 금남의 문이 열렸다. 3. 미얀마 소년들, 싯다르타처럼 화장하는 날 미얀마 소년들의 성인식 신쀼. 신쀼는 9~13살 남자 아이들이 싯다르타가 왕위를 버 리고 불가에 출가하는 모습을 본받아 단기 출가하는 종교 의식이다. 미얀마 소년들 에게 신쀼는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순간. 미얀마에는 "신쀼 때 쓰려고 돼지를 키운 다”는 말이 있다. 부모는 신쀼를 위해 열심히 돈을 모은다. 수도 양곤에서 차로 8시 간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 폰또삐. 오늘 이 마을에서 신쀼가 열린다. 소년들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예쁘게 화장을 하고 사원으로 간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늘 친 구들의 신쀼를 구경만 했던 웨이양 모우도 오늘은 주인공이다. 간절히 바래왔던 동 자승이 되는 날, 웨이양 모우는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 신이 된 남자, 인도 떼이 얌 남인도 케랄라 주에서는 해마다 떼이얌이 열린다. 정확한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 로 마을대대로 내려오는 오래된 축제. 고대인도의 원시 종교적 성격을 띠는 떼이얌 은 우리나라의 굿과 비슷하다. 이 지역 사람들은 떼이얌이 고통을 없애 주며 질병을 치료해준다고 믿는다. 떼이얌 주술사는 분장, 주문, 춤의 단계를 거쳐 접신한다. 특 히 떼이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술사의 화장. 2시간 이상 걸리는 이 화장으로 평 범한 남자가 위대한 신이 된다. 떼이얌 의식을 준비 중인 패니커 프라산트 씨. 떼이얌 분장을 마친 그가 활활 타오 르는 불구덩이에 몸은 던진다. 그는 정말, 더 이상 불 따위는 두렵지 않은 전지전능 한 신이 된 것일까?
MBC 창사특집 천개의 얼굴, 화장 1회 2015-12-07MORE